[아유경제=정윤섭 기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ㆍ이하 건산연)이 올 연말까지의 건설ㆍ부동산 전망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가운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건설ㆍ부동산 경기 하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보릿고개`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미나 1부 : 2024 하반기 건설 경기 전망
하반기 건설 경기 하락 `지속` 예상… 고금리ㆍPFㆍ자잿값 상승 `지목`
이달 11일 건산연은 오후 2시 건설회관에서 `2024 하반기 건설ㆍ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는 ▲2024 하반기 건설 경기 전망(1부) ▲2024 하반기 주택ㆍ부동산 경기 전망(2부) 순으로 진행됐다. 1부는 이지혜 연구위원, 2부는 김성환 부연구위원이 맡았다.
우선 올해 하반기도 건설 경기 하락이 전망됐는데 이지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건설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나 물가ㆍ환율 등이 세계 경제와 밀접해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시기에 크게 하락한 이후 2021년 6.5% 최고점을 찍고 나서 2022년 3.5%로 내려가더니 지난해 3.2%를 기록, 2024년과 내년까지 같은 성장률이 전망됐다. 이는 장기적인 추세로 볼 때 3%대를 수렴하는 `일자형 장기 침체`로써 저성장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쌓였던 초과저축이 시간이 지나 소진되면서 경제 성장 동력을 잃었고, 전쟁과 같은 국가 간 갈등은 유가 불안정ㆍ보호무역주의 등을 발생시켜 물가 및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2022년 229.7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건설 수주`는 2023년에 전년 대비 17.4% 감소한 189.8조 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도 10.4% 감소한 170.2조 원이 예상됐다. 건설 수주 및 투자 부문에서 감소가 전망되는 주된 이유로는 고금리ㆍ부동산 PF 구조조정ㆍ높은 공사비 등이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를 낮추려는 추세긴 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기준금리에 따라 받는 영향이 크며, 미국이 먼저 인하하기 전까지는 자본 유출 등 우려가 존재해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국내 금리는 당분간 동결이 예상된다.
다음은 `부동산 PF 구조조정`으로 정부는 지난달(5월)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 정책`을 발표했다. 기존 사업장 등급을 현행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해 부실 우려 사업장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진행한다.
올해 연말까지 구조조정이 실행될 예정으로 일각에서는 시행사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 시공자인 건설사도 수주 결정에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세 번째는 공사비 상승으로 ▲원자잿값 상승 ▲인건비 인상 등이 꼽힌다. 원자잿값은 전쟁ㆍ국가 간 갈등ㆍ환경 규제 등 다양한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이와 함께 52시간 근무제 시행, 안전 정책 강화, 노동 생산성 저하 등 인력 문제가 공사비 상승에 무게를 더한다. 현장 건설 인력이 노령화에 접어들지만 그만한 젊은 인력의 유입은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른 수급 불균형 심화로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지혜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 회복 위한 정부 역할 중요 ▲건설기업 유동성 및 재무 안정성 관리 지속 ▲안전ㆍ품질 등 기본 충실 ▲기술 투자를 통한 중장기적 비용 절감 및 경쟁력 제고 방안 모색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 지속 등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선행지표 감소, 경제 저성장, 고물가, 금융 요건 등 어려움이 지속함으로써 하반기에도 건설 수주 및 투자는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미나 2부 : 하반기 주택ㆍ부동산 경기 전망
긍정 작용 요인 vs 부정 작용 요인… "하반기 위축 지속될 듯"
전국 매매가격 1.8% 하락ㆍ전세 3% 상승 `대조`
뒤이어 `주택ㆍ부동산 경기 전망`이란 주제로 김성환 부연구위원의 발표가 진행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긍정적 작용 요인과 부정적(하락) 작용 요인을 뽑아 하반기 전망을 설명했다.
하반기 시장 전망 주요 변수로 작용할 긍정 요인으로는 ▲초과저축 증가세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실행액 증가세 ▲아파트 전세 선호 확대 ▲매매ㆍ전세가격 간 상관성 등이 지목됐다.
먼저 올해 가계초과저축은 101조 원으로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로 시장에 유입될 경우 매매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고소득 가계일수록 전체 총저축률에 대한 기여도가 높아 고소득 가계의 초과저축 비중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주담대 실행액 증가세로 올해 신생아특례대출 시행에 따른 유동성 증가로 일부 지역 가격 상승 전환이 예상된다. 다만 예금취급기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실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아 지난 4월을 기준으로 감소했다.
아파트 전세 선호 확대는 전년 대비 아파트 전세 매물 수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전세 거래량은 증가하는 추세 때문이다. 2023년에 비해 서울 전세를 포함 수도권 전세 매물수는 각각 29%씩 감소한 반면 전세 거래량은 18.4%에서 많게는 30.1%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김 부연구위원은 "매매ㆍ전세가격의 통계적인 인과관계는 찾기 어렵지만, 일정 부분 상관성이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하락을 전망하는 부정 요인으로는 ▲예상보다 더딘 미국 금리 인하 속도 ▲국내 금리 하락 여력 감소 예상 ▲자산 대비 부채비율 추이 상승 ▲가계 및 사업자 구매력 감소 ▲공시비 이슈 지속 및 미계약 이슈 발생 ▲신생아특례론ㆍ특례보금자리론 등이 언급됐다.
미국 금리는 연초 인하 가능성을 높게 봤으나, 지난 12일 기준 7회 연속 동결하며 인하 속도가 더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와 미국 금리 격차를 고려할 때 국내 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상황이다.
또 올해 4월 기준 주담대 금리는 `3.93%`로 5%가 넘었던 2022년에 비해 낮아졌지만 앞서 2019년ㆍ2020년 당시 1~2%였던 것을 보면 높은 금리이며, 은행조달금리와 주담대 간 스프레드(금리와 실제 거래에서 적용한 금리 간 차이)가 0.03%p로 감소해 국내 금리 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는 의견이다.
다음은 자산 대비 부채비율 추이 상승이다. 전반적인 자산 대비 부채가 상승하는 가운데 30대의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빚 내지 않고는 아파트를 사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빚을 낼 여력이 없어진다는 예상과 더불어 가계 및 사업자 구매력이 감소하는 현상에 따라 자금 유입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비 이슈 및 미계약 발생 또한 부정적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잿값 인상률은 36.2%였으며, 도시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41.5%가 올라갔다.
실제로 유관 업계에서 유찰이 반복되는 사업장이 늘어났고 일부 사업장 공사비는 3.3㎡당 1000만 원이 넘는 곳이 생겨나기도 했다. 미계약의 경우 수요자가 분양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서울 내에서도 무순위(임의공급 포함) 청약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준공 후에도 미분양 주택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마지막은 신생아특례론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상품으로 지난해 9월까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액(신규 주택 구입)은 4.4조 원이 들어온 것에 반해 신생아특례론 신청액은 지난 4월 기준 이미 4조 원으로 나타나며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또한, 올해 구입 관련 대출이 지난해에는 43.4조 원 들어온 반면 올해는 10조 원이 들어오도록 설정돼 있어 시장 유입 가능한 유동성이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김성환 부연구위원은 올해 하반기 전망에 대해 "인ㆍ허가 관련해 공공 물량은 정부 공급 대책이 제시한 수준을 충족하겠지만 민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가격은 금리 인하 여력이 적고 여소야대 정국 유지로 정책 완화 기조 속도가 더뎌 하반기에도 지방 중심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서 그는 "전국 매매가격은 수도권이 현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지방의 낙폭이 커 연간 1.8% 하락할 것"이라며 "반대로 전세가격은 여러 요인을 봤을 때 상반기 상승세를 이어가 연간 3%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발표 이후 토론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교육 ▲건설업계 이미지 개선 ▲미분양 해결 대책 ▲통계보다 더 어려운 건설현장 ▲이에 맞는 정부 정책 실효성 및 필요 등 향후 건설ㆍ부동산 경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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